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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계일보 [이사람의 삶] -
작성자 대표 관리자 작성일 2012-02-04 10:33:28 조회수 1294
   
 
세계 최초 배추·순무 종간교잡 시도
7년 연구 끝 항암 쌈배추 개발 이어 혈당 조절 당조고추·항암배추 성공
종자부문자격증 ‘그랜드슬램’ 달성도
  • “제가 개발한 항암 배추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9일 오후 충북 증평읍 도안면 도당리 제일종묘농산에서 만난 박동복(58)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배추를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종자명장 박동복씨가 지난해 11월 개발한 항암 배추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일종묘 제공
    박 대표는 “김치를 만드는 주재료인 배추가 차이니스 캐비지(Chinese Cabbage)라고 명명된 것은 중국에서 처음 재배되었기 때문”이라며 “김치 종주국이 되려면 우리나라 토종 배추인 코리안 캐비지로 김치를 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제일종묘농산은 자산 규모가 600억원이 넘고 직원은 60명이다. 4동의 창고형 육종연구소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직원들의 연구 열기가 가득하다. 박 대표는 “한쪽 건물에서는 올해 뿌릴 옥수수 씨앗을 소독한 다음 코팅하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상추 씨앗을 봉지에 일정량씩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소는 충북 증평읍 용강리 등 2곳이 더 있으며 겨울철 연구를 위해 캄보디아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국내외 4곳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육종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건물 옆에 지어진 하우스 수십동에는 배추와 무 등 각종 채소가 푸른 싹을 드러내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그는 이곳 연구소에서 배추와 무, 당근, 옥수수, 상추 등 300여종의 신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종자 연구의 노력과 실적을 인정받은 그는 2009년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종자명장으로 선정됐다. 명장은 산업현장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기능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명장 선정은 남다른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는 2005년 7년간의 연구 끝에 기능성 채소 품종인 항암 쌈배추를 개발했다.

    “항암 쌈배추는 배추와 순무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식물입니다. 이 식물은 항암 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이 일반 배추에 비해 48배나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계 최초의 배추·순무 종간교잡 성공은 학계와 업계에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그는 또 같은 해에 혈당을 낮추거나 조절하는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당조고추도 개발했다. 당조고추는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물질인 AGI(α-glucosidase inhibitor)가 일반 고추보다 5배나 많이 함유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1998년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유럽인들이 항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순무를 즐겨 먹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귀국해 연구에 몰두해 있던 어느날 ‘항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배추를 개발하면 전국민이 즐겨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원예학 관련 서적에 순무와 배추는 종이 달라 교배가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어 주춤했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유럽에서 순무 씨앗을 들여와 피눈물 나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고, 실패의 연속 끝에 배추와의 종간교잡에 성공했다.

    종자명장 박동복씨가 연구 중인 배추를 관찰하고 있다.
    청주=김을지 기자
    그는 또 2006년 국내 최초로 종자부문 자격증 5종을 모두 획득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종자기능사를 시작으로 종자산업기사, 종자기사, 종자기술사, 종자관리사 등 종자 관련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한 것이다.

    “농과대학을 나오지 않은 제가 항암 쌈배추를 개발하자 주위에서 시기와 질투의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2년이 채 안 걸려 모두 땄습니다.”

    지난해 그는 꿈에도 그리던 항암 배추 개발에 성공했다. 종자 개발에 뛰어든지 13년 만의 결실이었다. 품종 등록 명칭을 ‘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암탁 배추로 정했다.

    항암 배추는 2005년 만든 항암 쌈배추를 토대로 개발됐다. 한국식품연구원 및 충남대 식물성분분석센터 등의 분석 결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성 물질인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틴이 일반 배추에 비해 각각 34.5배와 33배 더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자명장 박동복씨가 코팅된 옥수수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청주=김을지 기자
    또 암세포에 항암 배추 추출물을 주입한 신라대학 실험에서도 암세포 성장 저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항암 배추는 2010년 전국 400여농가에서 실증시험과 지역적응 시험을 거쳐 지난해 괴산군 내 농가들에게 처음으로 종자가 공급됐다.

    “1998년 IMF 때 우리나라 종자회사가 대부분 외국에 팔려 현재 외국 회사가 국내 배추 종자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항암 배추는 한국 고유의 종자입니다. 그래서 영어명을 코리안 캐비지로 명명했습니다. 항암 배추 개발이 우리나라가 종자주권을 되찾고 김치종주국의 분명한 근거를 갖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국내 배추시장을 석권할 꿈을 꾸고 있다. “지난 13년간 연구비용으로 총 33억5000만원 정도 투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배추 소비량을 120만t 정도로 볼 때 kg당 5500원으로 계산하면 약 6조6000억원의 시장입니다. 제가 개발한 배추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해외시장 진출 꿈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연간 배추 소비액은 약 360억원, 일본은 약 4550억원, 중국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그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 일본 농가 등에서 실증실험을 하고 있으며 2월 중에 1차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실험 결과를 본 후 광고 등을 통해 항암 배추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박 대표가 개발한 항암 배추에 대해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톈진(天津)시 허시(河西)구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산하기구인 중국중점성진건설투자지도공작위원회와 농업인단체 임원 10여명이 이 연구소를 방문해 견학했다.

    그는 1954년 충북 괴산군 감물면 광전리의 평범함 가정에서 4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충주로 이사한 그는 충주중학교를 거쳐 청주상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했으나 학벌 차별이 심해 곧 사직하고 1974년 청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취직한 회사에서 저를 머슴으로 대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차별이 심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가게 됐지요”

    1978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대기업인 국제그룹에 취직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1985년 전두환 대통령 때 국제그룹이 해체되자 1986년 서울종묘회사로 옮겼다. 이 회사는 직원이 20명이 채 안됐다.

    그는 “당시 아내는 ‘연구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전공을 살려 회사를 운영하려면 중소기업에 다녀라’라고 조언했습니다”며 “진로를 고민하던 중 신문 광고에 나온 이 종묘회사가 눈에 띄어 입사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동안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1991년 제일종묘농산을 차렸다. 그는 사업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괴산지역 학생을 위해 400만원씩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강원도와 전남에 있는 요양시설에 김치와 무 등 야채를 보내주고 있다.

    증평=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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